
검은 별의 연대기, 운명을 거스른 자의 이야기책장을 덮고 난 뒤에도 한동안 멍한 기분이었다. 『검은 별의 연대기』는 단순히 판타지 소설이라는 틀을 넘어선 작품이다. 이 소설은 신화의 운명과 인간의 자유의지가 충돌하는 차가운 전장에서, 한 전사가 피와 고통으로 써 내려간 일대기를 담고 있다. 주인공 카일 모르드렌은 태어날 때부터 죽음의 별 아래에 찍힌 저주받은 존재다. 그는 세상의 균형을 지키기 위한 ‘희생양’으로 길러지지만, 이 책의 진짜 전율은 그가 운명에 복종하지 않고 이를 뒤엎는 순간부터 시작된다. 칼을 들고 신들마저 찢어버리는 그의 모습은 영웅담이라기보다는 저항의 상징에 가깝다. "나는 태어났고, 나는 쓰였다. 하지만 나는 끝까지 내 이름으로 살 것이다." 작가는 놀라운 세계관 구성 능력을 보여.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