
꿈과 기억 사이를 떠도는 여정책장을 덮은 뒤에도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. 『달의 뒷면에는 꽃이 핀다』는 그런 책이다. 처음엔 제목이 주는 몽환적인 느낌에 이끌렸고, 한두 페이지 넘기다 보니 어느새 나는 이 세계 안에 조용히 침잠하고 있었다. 이야기의 배경은 현실과 꿈, 과거와 현재가 미묘하게 겹쳐진 듯한 세계다. 주인공 ‘루나’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기억 상실을 겪으며, 매일 밤 기이한 꿈을 꾼다. 꿈속에서 그녀는 달의 뒷면이라는 공간에 발을 들이고, 그곳에는 사람의 기억에서 잊힌 것들이 꽃의 형태로 피어나 있다. 이 설정은 너무도 아름다우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슬프다. 특히 '시간이 흘러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못한 순간들은 꽃으로 피어난다'는 구절은 한참 동안 마음을 붙잡았다. 책은 단순한 판타지 드.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