
그때 그 사람이 건넨 한마디 올해도 어김없이 가을이 왔다. 서울의 가을은 늘 예고 없이 다가온다. 아침 출근길, 서늘한 바람이 셔츠 틈 사이로 스며드는 걸 느끼고서야 ‘아, 가을이구나’ 하고 깨닫는다. 바람도 사람처럼, 말은 안 해도 존재감을 남긴다. 나는 서울 북쪽 성신여대 근처의 작은 원룸에서 살고 있다. 회사는 강남. 하루 왕복 두 시간의 출퇴근이 이제는 익숙하게 느껴진다. 그만큼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법을 조금은 알게 됐다는 뜻일까. 한 달 쯤 전인가, 나는 퇴근길에 혼자 술을 마셨다. 딱히 우울한 일은 없었다. 그냥, 그런 날이었다. 텅 빈 저녁시간에 밀려오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 어두운 골목 안, 자주 가던 작은 선술집 문을 밀었다. 그곳은 주방이 홀에서 훤히 보이는 구조였다. 사장님은 5.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