
어떤 기억은 향기로 남는다늦가을이었다. 은행잎이 바람에 흩날리고, 붉은 단풍이 바닥에 융단처럼 깔리던 시기. 출근길 골목 어귀에 자리한 오래된 빵집 앞에서 나는 그 냄새를 처음 맡았다. 따뜻한 버터 냄새에 약간의 계피,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달콤한 향. 마치 누군가의 기억이 피어오르는 듯한 기분이었다. 매일 아침 그 골목을 지나가면서도, 이전까지는 그냥 지나치던 곳이었다. 문득 어느 날, 냄새에 이끌리듯 발걸음을 멈췄다. 그리고 나도 모르게 문을 열었다. 안은 소박했다. 오래된 나무 진열장, 거칠게 벽을 따라 놓인 테이블 몇 개, 그리고 머리를 질끈 묶은 주인 아주머니가 “따끈한 크루아상 나왔어요.”라며 웃고 있었다. 나는 평소처럼 커피를 주문하고, 따끈한 크루아상을 하나 골랐다. 자리에 앉아 .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