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특이한 사람들의 평범한 모임

sobokk 2025. 7. 24. 12:30

특이한 사람들의 평범한 모임

나는 매달 셋째 주 목요일 저녁이면, 조용히 핸드폰 메모장을 열어 한 줄을 확인한다.

"양말 짝 맞춰 오는 거 금지, 이상한 얘기만 가능, 평범한 사람 출입 환영."

이게 바로 우리 '특이한 사람들의 평범한 모임'의 정체성이다. 솔직히 처음엔 낚인 줄 알았다. 이름은 특이한데, 정작 "평범한 모임이라니? 나는 '복잡한 이름 뒤에 단순한 파티'가 숨어 있으리라 기대했는데, 웬걸. 그 반대였다. 이름도 특이하고, 모임도 특이하고, 사람들은 더더욱 특이했다. 그런데 어쩐지 익숙하고 편안했다. 이토록 기이한 평범함이라니.

 

 

첫 번째 모임 - 수박으로 철학 논쟁

첫날, 나는 수박을 끌어안고 도착했다. 이유는 없다. 그냥 갑자기 수박이 나와 함께 있어야 할 것 같았다. 그랬더니 회장님은 반가운 듯 나를 보며 말했다.

"드디어 수박 담당 오셨네요. 저번 달에는 브로콜리 담당이 너무 일찍 갔거든요."

나는 눈을 껌뻑이며 자리에 앉았다. 테이블에는 양파로 만든 팔찌를 찬 사람이 있었고, 종이로 만든 넥타이를 한 분도 계셨다. 대화 주제는 '수박의 내면은 왜 붉은가'였는데, 20분쯤 지나자 진지하게 '수박이 외로움을 숨긴다는 상징'이라는 결론이 나왔다.

 

두 번째 모임 - 평범함의 기준은 누가 정하나

다음 모임은 조금 더 고차원적이었다. 이번에는 모두 각자 '가장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행동'을 준비해오라는 미션이 있었다. 누군가는 "양치질을 눈 감고 하기"를 가져왔고, 또 어떤 이는 "편의점에서 아무거나 사기"를 발표했다. 나는 그때껏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나의 루틴, "양말 고를 때 색깔 안 보고 손에 잡히는 대로 신기"를 공유했다. 분위기는 고조됐고,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이구동성으로 말했다.

"이런 게 진짜 평범한 거죠. 너무 좋아요. 더러워서 좋아요."

그 날 나는 '모임 내에서 가장 무심한 양말상'을 수상했고, 상으로 받은 것은 바나나 껍질에 쓴 시 한 편이었다.

 

이 모임의 룰은 단 하나

"자기 자신을 아무렇지 않게 드러낼 수 있을 것."그것이 이 모임의 유일한 조건이다. 겉으로는 별난 척하지만, 실은 모두 일상 속에서 자기만의 괴상함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. 회사에서는 말 못 하고, 가족에겐 이해받지 못하던 그 사소하고 미묘한 특이함을 이곳에선 자랑처럼 꺼낼 수 있다. 오히려 특이하지 않으면 조금 외롭다.

 

돌아보면

매번 다른 장소에서 열리는 이 모임은 매달 테마가 다르다. 지난달엔 '반대말 모임'이었다. "앉지 마세요"라고 쓰인 의자에만 앉을 수 있었고, 말은 항상 부정을 넣어야 했다. "정말 별로네요, 이 케이크. 너무 맛없어요!"가 최고의 칭찬이었다.

나도 이제는 완벽히 이 모임의 일부다. 수박을 끌어안고 웃으며 들어오는 나를 보며, 처음 오는 사람은 '어라 저 사람은 좀 이상하네' 할지 모른다. 하지만 우리는 안다. 우리가 그렇게 서로를 알아보고, 그렇게 서로를 안아주는 평범한 모임이라는 걸.